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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친자의 부산 서구·중구 여행 루트 정리

by 뀰이 2025.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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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리사진

부산 여행을 계획할 때, 나처럼 빵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어디서 뭘 보느냐’만큼이나 중요한 건 ‘어디서 어떤 빵을 먹느냐’다. 빵지순례라는 이름 아래, 여행의 한가운데에서 마주한 따뜻한 빵 한 조각은 그 어떤 명소보다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번 부산 2박 3일은 서구와 중구 중심으로, 걷고, 보고, 먹고, 또 걷는 루트로 구성했다. 특히 베이커리 애호가라면 좋아할 만한, 네이버 지도에 실제로 검색 가능한 빵집도 곳곳에 포함해 뚜벅이 여행자도 즐길 수 있도록 짜보았다. 부산의 바다와 골목, 그리고 빵 냄새가 함께 어우러지는 여행, 지금부터 시작해볼까.

 Day 1 – 중구, 빵 굽는 냄새와 도시의 기억 사이

부산역에 도착하자마자 향한 곳은 부산근대역사관. 무겁지 않게, 그러나 도시의 배경을 잠시 짚고 넘어가는 기분이 좋다. 그리고 바로 근처, 광복동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 지역은 늘 분주하지만, 혼자 걸어도 외롭지 않다. 배가 살짝 고파질 즈음 찾아간 곳은 오월의 종 광복점. 프렌치 스타일의 페이스트리부터 크림빵, 고소한 치아바타까지 진열된 모습만으로도 입꼬리가 올라간다. 따뜻한 라떼 한 잔과 함께 창가 자리에 앉으니, 바깥의 분주한 풍경과 대조적으로 마음이 고요해졌다. 간단히 허기를 달랜 후엔 보수동 책방골목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오래된 책 냄새와 벽에 붙은 손글씨 간판들, 그리고 그 옆에서 빵 봉지를 들고 걷는 나 자신. 혼자라서 더 깊이 빠져드는 순간이다. 저녁 즈음엔 영도다리로 발걸음을 옮긴다. 해 질 무렵, 바다가 금빛으로 물들 때쯤 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는 풍경은 부산만의 분위기를 완성해준다. 숙소는 자갈치시장 근처 소형 호텔로 예약했다. 조용하고, 늦은 밤까지 바닷바람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Day 2 – 서구, 골목과 빵 사이에서 발견한 나만의 리듬

둘째 날 아침, 감천문화마을로 향한다. 파스텔톤의 건물과 오르막길, 마주치는 고양이들. 그리고 중간중간 자리한 작은 베이커리들. 그중에서도 카페 스펙트라는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직접 구운 스콘과 브라우니, 커피의 조합이 마을 풍경과 이상하리만큼 잘 어울린다. 잠시 머물며 감천을 배경으로 책 한 권을 펼쳐보는 것도 좋다. 점심은 충무동 물회거리에서 청해횟집의 물회 한 그릇으로 해결하고, 오후에는 송도해상케이블카를 탄다. 투명한 바닥 아래 바다가 흐르고, 카메라를 들어도 다 담지 못할 정도로 그림 같은 풍경이 이어진다. 이국적인 느낌도 들고, 또 다른 도시 같은 느낌도 있다. 해가 뉘엿할 즈음, 근처의 로컬 베이커리 카페 델문도 송도점을 찾았다. 예쁜 디저트가 진열된 쇼케이스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블루베리 크림치즈 타르트를 고르고, 넓은 창가 자리에 앉는다. 해가 바다에 내려앉는 모습을 보며 한 입, 두 입 먹다 보니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흐르는 것 같다. 저녁 무렵에는 암남공원으로 이동한다. 숲과 바다 사이를 걷는 데크길은 사람도 드물고, 조용히 정리하는 생각들에 좋다. 여운이 길게 남는 하루였다.

 Day 3 – 다시 중구로, 빵과 바다로 마무리

마지막 날 아침은 용두산공원에서 시작한다. 한적한 공원 산책은 여행 중 가장 가볍고 따뜻한 순간 중 하나다. 고요한 부산타워 아래에서 조용히 음악을 듣거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도 좋다. 그다음은 나만의 여행 루틴처럼 되어버린, ‘빵으로 시작하는 하루’. 베이커스필드 남포점에 들러 부드러운 앙버터 바게트와 카라멜 휘낭시에를 포장해 깡통시장으로 향한다. 간단한 간식거리들과 함께 이것저것 사고 먹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흐른다. 마지막 코스는 영도 흰여울문화마을. 바다 옆 흰 담벼락, 낮게 깔린 햇살, 그리고 나무 계단. 어디를 찍어도 엽서 같은 사진이 나오는 곳이다. 마을 꼭대기 근처 카페 흰여울1979에서, 라벤더 향 나는 허브티와 함께 사진 정리를 하며 여행을 마무리한다.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오월의 종 부산역점. 빵지순례의 마무리는 역시 가장 익숙하고도 믿음직한 곳에서. 따끈한 바게트를 들고 기차역으로 향하며, 나만의 부산 여행이 조용히 끝났다.

부산의 서구와 중구는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결이 있다. 이 결은 골목에 있고, 사람들의 말투에 있고, 빵집에 있다. 2박 3일 동안 빵을 먹으며 걷고,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하고, 작은 카페에 앉아 나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느꼈다. 여행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걸 따라 걷는 일’이라는 것을. 이번 부산 여행이 내게 남긴 건 그 소박하고 따뜻한 진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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