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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의 용다리

부모님이 칠순을 넘기고 나면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체력’과 ‘편안함’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릅니다. 예전처럼 길게 걷는 것도 어렵고, 시차가 있는 곳은 피곤해하시고, 복잡한 일정보다는 조용히 머물 수 있는 여행지를 더 선호하시죠. 하지만 그렇다고 여행을 포기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제야 부모님과의 여행이 더 특별하고 의미 있는 순간이 될 수 있어요. 인생의 후반부에서 자식과 함께 걷는 낯선 거리, 함께 앉아 나누는 따뜻한 한 끼, 손을 잡고 바라보는 풍경… 이런 것들이 부모님에겐 어떤 말보다 큰 감동이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70대 이상 부모님도 무리 없이 다녀올 수 있는 해외여행지를 소개해 볼게요. 가까운 거리, 깔끔한 숙소, 편한 일정,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님이 마음 놓고 즐기실 수 있는 공간 위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일본 규슈 – 짧은 비행, 따뜻한 온천, 느긋한 산책

일본 큐슈는규슈는 효도여행의 정석처럼 여겨지는 지역이에요. 서울에서 후쿠오카까지 비행기로 1시간 30분 정도면 도착하고, 공항에서 시내까지도 가까워 이동 스트레스가 적습니다. 규슈는 특히 온천이 유명하죠. 벳푸와 유후인은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온천 도시예요. 대부분 숙소가 온천탕을 갖춘 료칸 형태로 되어 있어서, 부모님께는 따뜻한 물속에서 하루 피로를 푸는 힐링의 시간을 선물할 수 있어요. 유후인 마을은 시골 마을 특유의 평온함이 인상적입니다. 조용한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일본 전통 가옥, 작고 예쁜 카페, 수제 공방들이 이어져 있어요. 어르신들이 좋아하실 만한 정갈하고 아늑한 분위기죠. 걷는 거리가 멀지 않고, 대부분 평지라 걷기에도 부담이 없습니다. 벳푸는 좀 더 규모가 크고 다양한 온천 체험이 가능한데요, 유황 온천, 모래찜질, 족욕탕까지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어요. 산 중턱에 있는 ‘벳푸 로프웨이’는 케이블카를 타고 벳푸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코스예요. 가볍게 경치를 감상하면서 부모님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기 좋답니다. 무엇보다 음식이 부담 없다는 점이 규슈의 장점이에요. 일본식 가정식이나 해산물 중심의 식사가 많아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해서 부모님 입맛에도 잘 맞는 편이에요.

대만 타이중 – 조용하고 따뜻한 정서가 묻어나는 도시

대만은 한국과 가까우면서도 낯선 느낌을 줄 수 있는 여행지예요. 그중 타이중은 수도 타이베이보다 한적하고 느긋한 도시라서, 부모님과 함께하기에 정말 잘 맞습니다. 첫 번째로 추천하고 싶은 장소는 ‘가오메이습지’입니다. 해 질 무렵 바닷바람이 부는 데크길을 걷다 보면, 부모님 얼굴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피어나죠. 바다 위로 붉게 물드는 하늘과 바람개비 풍력발전기가 만드는 풍경은 그 자체로 엽서처럼 아름답습니다. ‘무지개 마을’은 작고 소박한 동네지만, 벽화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들이 정겹고 따뜻해요. 부모님과 함께 알록달록한 배경 앞에서 사진을 찍다 보면, 소중한 순간이 차곡차곡 쌓입니다. 타이중은 도시 자체가 크지 않아서 이동이 간단하고, 택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부담이 없어요. 무엇보다 음식이 너무 맵거나 짜지 않아 부모님 입맛에도 잘 맞아요. 죽, 국수, 채소 중심의 대만 가정식은 소화에 부담이 적고, 맛도 정갈해서 식사 걱정이 없습니다. 또한 타이중에는 한적한 사찰이나 공원이 많아 천천히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기 좋습니다. 한국인 관광객도 적당히 있어서 북적이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도움은 받을 수 있는 도시예요.

베트남 다낭 – 휴양과 문화가 함께하는 여유로운 도시

베트남 다낭은 ‘편안한 해외여행지’로 자리잡은 도시입니다. 부모님 연세가 높아지면 무엇보다도 ‘무리하지 않는 일정’이 중요해지죠. 그런 점에서 리조트 위주의 다낭 여행은 휴식 중심의 효도여행으로 딱 맞습니다. 리조트 안에만 있어도 충분히 즐거운 여행이 가능해요. 넓은 정원, 조용한 해변, 따뜻한 날씨, 한식당이 함께 있는 리조트에서는 부모님이 편히 머물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다낭 시내에는 ‘용다리’, ‘한강변 산책길’ 같은 가벼운 산책 코스가 있고, 전통시장인 ‘한시장’도 이동이 어렵지 않아 구경하기 좋습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쇼핑과 거리 구경으로 여행의 재미를 더할 수 있죠. 그리고 다낭에서 차로 40분 정도 이동하면 도착하는 ‘바나힐’은 케이블카로 올라가면 동화 같은 유럽풍 마을이 펼쳐집니다. 높은 고도 덕에 시원하고 공기도 맑아, 부모님도 무리 없이 둘러보실 수 있어요. 베트남 음식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지만 까다로운 필자의 가족 모두 다낭의 여행에서 제일 잘 먹고 왔답니다. 또, 다낭은 한식당이 많고, 리조트 내에서도 한식을 제공하는 곳이 많아서 식사 걱정이 크게 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또한 물가가 저렴해 여행 예산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습니다. 겨울에도 온화한 기온 덕분에 추위를 많이 타는 부모님에게도 잘 맞는 여행지입니다.

여행이라는 건 사실 ‘멀리’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 가는 게 중요합니다. 부모님과의 여행은 느린 걸음, 잦은 휴식, 짧은 동선 속에서 피어나는 대화와 미소가 가장 큰 선물이 되죠. 일본 큐슈, 대만 타이중, 베트남 다낭은 모두 70대 이상 부모님도 편하게 즐기실 수 있는 여행지입니다. 몸에 부담 없이, 마음은 따뜻하게 채울 수 있는 그런 곳들이죠. 이번 여행은 부모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부모님과 ‘같이’ 있기 위한 시간입니다. 너무 많은 곳을 가기보단, 한 곳에 오래 머물며 함께 바라보고, 함께 웃고, 오래 기억할 수 있는 그런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이제 부모님의 손을 한번 더 꼭 잡아주세요. 그 손을 잡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여행을 함께 만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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